
기업은행에서 시작된 ‘총인건비 제도’ 논란이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14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2007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돼 온 총인건비제를 벗어난 임금을 처음으로 지급하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화된 모습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은 총인건비제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시절부터 해당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던 만큼 노동계 안팎에선 제도 손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대법원의 통상임금 확대 판결에 따라 소급분 임금을 일괄 지급했다. 지급 대상 기간은 2024년 12월 19일부터 2025년 5월 말까지이며, 수령액은 근속 연차, 시간 외 근무 시간 등에 따라 1인당 88만~282만원 수준이다.
총 지급 규모는 약 200억 원에 달한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통상임금 확대에 관한 보수 규정을 개정하고, 노사 임단협 잠정 합의에 따라 소급분을 즉각 지급했다”며 “총인건비 기준을 넘겨 임금을 지급한 공공기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총인건비제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인건비 총액을 정해주고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인건비를 운용하도록 한 제도로, 2007년 도입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54개 중앙행정기관과 그 소속 기관(47개), 국립대학(39개) 등이 해당 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제도 도입 취지는 정부 재정의 효율적 운용에 있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공공과 민간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통상임금 판결 이후 수당이 증가했음에도 총인건비 한도에 막혀 이를 전액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 말 기업은행 노조의 단독 파업으로 분출됐다. 노조는 시간 외 수당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총인건비제의 유연한 적용을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경영예산심의회를 통해 기업은행에 총인건비제 예외 적용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기업은행은 첫 번째 예외 적용 기관이 됐으며, 이는 타 공공기관에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양대 노총 공동대책위원회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례에도 불구하고 총인건비제 적용으로 인해 노사 갈등과 임금 체불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기재부와의 노정 교섭을 정례화하고, 총인건비 모수 증액을 포함한 개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유사한 구조의 금융 공공기관 노조들도 일제히 총인건비제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논의도 조심스럽게 감지된다. 기재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공공기관들로부터 잇단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지자 기관별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과거 이 대통령이 야당 시절 총인건비제의 한계를 직접 지적한 점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철도노조 사태 당시 “총인건비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노조 간 정례 교섭 테이블이 마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공공기관 임금이 국민 세금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제도 기준이 흔들릴 경우 혼선과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재정 부담 증가 가능성과 함께 일부 기관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함께 제기되며,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노사정(勞使政) 간의 첨예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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